Joselyn Fallas — Episode 2

Joselyn Fallas — Episode 2

by Sunghee Tark

결국 나는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다행히 혼자는 아니었다. 함께 가주겠다고 친구 둘과 함께 차에 올라탔다. 코스타리카는 보통 5시가 넘으면 해가 지고, 길이 험한 지역에서의 야행 운전은 더욱더 위험하기 때문에 새벽에 출발하기로 했다.

'혹시 차가 밀리거나, 비가 오거나, 가다가 갑자기 산사태로 길이 없어진다면 우선 멈추자. 그리고 숙소를 구해서 지낸 다음 해가 뜨고 다시 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거야.'

몇 해 전 겪었던 사고 때문에 꼭 필요한 다짐이었다. 여행의 여신은 감사하게도 우리의 편이었고 우리는 안전하게 브룽카 지역으로 들어왔다. 구글맵이 가리키는 곳에 다다른 우리는 농장 혹은 집도 보이지 않는 도로 위에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농장이나 혹은 카페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친구가 “저기 앞에 조그만 간판 같은 거 아니야?”라고 손으로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 끝에는 아주 작은 하얀 무언가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입구였다.

La Chelita.

도착을 알리는 표지판과 함께 나무들 사이로 좁은 입구가, 분명 대문이 있었다. 우리는 그 좁은 입구로 들어갔다.

꼬불꼬불한 길 끝에는 작은 주차 공간과 함께 카페 공간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다. 길 끝에는 베레모를 쓴, 감각적인 패션의 조셀린이 서 있었다. 큰 웃음과 함께 나를 맞아준 조셀린은 사진보다 더 키가 컸고, 스타일리쉬했다. 대개 사진으로 접하는 커피 농부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안녕 조셀린!! 드디어 만나네!”라고 허그를 했다. 그녀가 안내해 주는 길을 따라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가족들이 운영하는 카페 안에는 조셀린의 엄마, 리즈벳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왔구나, 승희! 네가 승희지!?
영상으로만 보다가 이렇게 만나는구나!”

그녀는 두 팔 벌려 나를 꽉 껴안으셨다. 따스한 분이라는 걸 바로 알 정도로 그녀의 허그는 참 포근했고 또 따뜻했다. 그리고 조셀린이 커피를 제안했다. “내가 커피를 내려줄게. 오리가미 (커피를 내리는 드리퍼 종류 중 하나) 로 커피 내려 먹어봤지? 나 오리가미 드리퍼 드디어 구했잖아. 아마 코스타리카에선 처음일걸? 아직 정식으로 수입이 안 되어서 미국에서 구매해서 얼마 전에 배송 받았어!” 그녀의 목소리는 밝았다. 그러곤 빠르게 되물었다.

"티피카 내추럴, 아니면 카투아이 허니?"
“음..! 난, 네가 좋아하는 걸로!”

그녀가 커피를 내리는 동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bar)로 걸어갔다. 바에 기대어 질문을 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언제부터 시작한 거야? 카페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 “아, 코로나가 터지기 바로 직전에! (하하) 엄마의 꿈이셨거든. 자기 요리를 남에게 대접하는 걸 정말 즐기셔. 그래서 나도 커피 볶고, 내리는 것을 배울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었지. 그리고 내가 준비가 된 것 같았을 때가 딱, 코로나 터지기 직전이었지 뭐야..! (하하하)"

하지만 코로나가 한창일 시기에도 카페 사업이 번창해 갔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해외로 못 나가고, 다른 지역으로 못 가니까 여기로 더 많이 찾아오더라고. 산호세(코스타리카의 지역)에서도 해외로 여행가는 대신 남쪽으로 놀러 오시는 분들이 꽤 계셔. 여기 바로 옆이 파나마 국경이고, 국경에 딱 걸쳐있는 국립공원도 있으니까 국내 관광객들이 오다가다 하는 길에 많이 찾아주셔.”

맞았다. 라 첼리타 간판을 본 것과 동시에 나의 통신사도 파나마에서의 로밍을 시작한다는 알림 문자를 보내 왔었다. 그 정도로 파나마랑 가까운 곳이 그들의 집이고 커피 농장이었다. 조셀린이 내려준 커피는 깨끗했고 촉감이 부드러웠다. 단맛이 아주 좋았고, 밝은 산미가 입 안에 퍼졌다. 티피카 품종의 내추럴 프로세싱을 거친 커피. 분명 내가 이제껏 마시던 브룽카 커피랑은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탁승희
Co-founder of bean voyage

+ 빈보야지는 여성 소농들과 함께 꿈을 꾸고 실현해나가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빈보야지의 승희가 조셀린을 만난 이야기를 전합니다.

Photo Credit to La Chelita Farm
  1. Interview | with the coolest woman coffee producer, Joselyn Fallas

    커피 프로듀서 조셀린과의 대화. 01. 조셀린(요셀린), 너가 커피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알려줘. J: 음, 부모님은 오랜 시간동안 커피 프로듀서였어. 내가 커피와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 건 대학교 다닐 때부터. 그 때 국제 비즈니스를 공부했는데, 커피가 세계...
  2. Joselyn Fallas — Episode 3

    by Sunghee Tark “맛있다. 정말 맛있어!” 감탄하자, 조셀린은 “내가 작년 수확기에 처음으로, 부모님께 제안했어. 스페셜티 커피로 꼭 가공하고 말거라고. 아빠와 엄마는 평생 커피를 수확하고, 보다 컨벤셔널한 방식으로 가공해서 판매를 하셨거든. 그랬더니...
  3. Joselyn Fallas — Episode 2

    by Sunghee Tark 결국 나는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다행히 혼자는 아니었다. 함께 가주겠다고 친구 둘과 함께 차에 올라탔다. 코스타리카는 보통 5시가 넘으면 해가 지고, 길이 험한 지역에서의 야행 운전은 더욱더 위험하기 때문에 새벽에 출발하기로 했다....